룻기 4장: 시작은 비천하였으나

해설:

룻과 헤어진 후 보아스는 지체없이 “성문 위 회관”(1절)으로 올라갑니다. 당시에 그곳은 동네 원로들로부터 재판을 받는 곳이었습니다. 그 때 마침 나오미에게 가까운 친족이 그곳을 지나갑니다. 보아스는 그 사람을 멈춰 세운 다음 원로 열 사람을 청하여 앉게 합니다(2절). 원로들 앞에서 보아스는 나오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는 나오미가 남편에게 유산으로 주어진 땅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남편 소유의 땅이 있음에도 이삭을 주어 생계를 유지한 것을 보면, 그 땅이 농사 짓기에는 쓸모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보아스는 그 사람에게 율법 규정에 따라 그 땅을 사겠느냐고 물으면서 만일 그가 사지 않겠다면 자신이 사겠다고 말합니다. 그 친족은 사겠다고 답합니다(3-4절). 그러자 보아스는 그 땅을 산다면 룻을 아내로 맞아들여 엘리멜렉의 대를 이어 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합니다(5절). 그것은 율법의 규정이 아니라 도의적인 책임입니다. 그 말을 듣고 그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합니다(6절). 쓸모 없는 땅을 사는 것에 더하여 책임질 식구가 둘이나 늘어나면 손해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룻이 모압 여인이라는 사실도 그를 주저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당시의 관습에 따라 신발을 벗어서 보아스에게 줌으로써 계약을 완료합니다(7-8절). 보아스는 원로들과 둘러 선 동네 사람들에게 나오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사들이고 룻을 아내로 맞아들여 엘리멜렉의 대를 이어 주겠다고 공표합니다( 9-10절). 원로들과 동네 사람들은 나오미와 룻을 축복하며 보아스의 결정을 받아 들입니다(11-12절). 

이렇게 하여 보아스는 룻을 아내로 맞아 들였고, 룻이 임신을 합니다(13절). 그것을 보고 여인들이 나오미를 축복합니다. 나오미는 베들레헴에 돌아왔을 때 동네 사람들에게 “나는 가득 찬 채로 이 곳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나를 텅 비어서 돌아오게 하셨습니다”(1:21)라고 하셨는데, 동네 사람들은 주님께서 그를 채워 주실 것이라고 축복해 줍니다(14-15절). 룻이 아들을 낳자 나오미가 자식처럼 양육합니다(16절). 그 아이의 이름은 오벳으로서 다윗의 할아버지가 됩니다(17절). 

이 이야기 끝에 저자는 베레스로부터 다윗에 이르는 족보를 소개합니다(18-22절). 

묵상:

모세는 고별 설교에서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이방인들과 통혼하지 말라고 엄명했습니다(신 7:1-4). 그럼에도 보아스는 룻이 모압 여인이라는 사실에 괘념치 않았을까요? 통혼 금지의 명령은 그로 인해 우상 숭배에 빠질 염려 때문에 주어졌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룻은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를 결심하면서 나오미의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아스는 룻과 결혼한다 해도 율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보아스가 룻과 결혼하기를 결심하자 마을 사람들과 원로들은 “그대의 집안이 다말과 유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베레스의 집안처럼 되게 하시기를 빕니다”(12절)라고 축복합니다. 다말은 유다의 며느리입니다. 아들이 죽고 다말이 홀로 되자 유다는 그를 집으로 돌려 보냅니다. 당시에 그것은 무책임한 처사로 여겨졌습니다. 다말은 창녀로 변장하여 시아버지 유다와 동침하고 아들을 낳습니다. 베레스는, 족보로 하면 유다의 손자요, 생리적으로 하면 유다의 아들인 비극의 씨앗이었습니다(창 38장). 

동네 사람들이 축복하는 말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베레스는 비극의 씨앗으로 태어났지만 그의 후손들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칭찬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출생의 사연이 아무리 수치스러워도 그 삶은 이후로 얼마든지 빛날 수 있습니다. 보아스와 룻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이방 여인의 아들이요 할아버지같은 아버지를 두었지만, 그의 인생도 얼마든지 빛날 수 있습니다. 그 축복은 삼대가 지난 후에 현실로 증명됩니다. 노인의 후처로 받아들여진 이방 여인의 증손자가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이요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과거가 아닙니다. 앞으로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써 나가시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2 thoughts on “룻기 4장: 시작은 비천하였으나

  1. 이방인으로 태어나도 같은 하나님을 믿으면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인정받는 은혜의 말씀입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주님의 자녀가 되었는것을 항상 기억하기를 원합니다.
    주님의 소유, 왕과같은 제사장,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가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자손들 가운데
    세상의 진정한 축복의 통로가 되는 또한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사람이 태어나는
    축복을 간절히 이웃과 함께 기도하는 오늘이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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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5월 18일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날입니다. 1980년에 일어났으니 올해로 41주년이 되었습니다. 룻이 모압 여자라는 사실이나, 나오미의 삶이 그리는 하락과 상승 곡선을 생각하는데 갑자기 광주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특별히 오늘은 5월의 마지막 날이요 미국에서는 군인의 희생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라 그런 연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80년 5월 당시엔 그저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신문으로 보는 뉴스와 여기 저기에서 들리는 소문은 너무나도 달랐고, 나라를 믿고, TV 뉴스를 믿는 부모 밑에서 사는 나는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철부지 서울 사람이었습니다. 나이로는 20대 초반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요즘 10대보다도 부족한 사회의식에, 대학을 다닌다고 하지만 공부를 하는데 아니라 가르쳐주는대로 듣기만하고 스스로 사고하거나 비판하는 능력은 턱없이 모자라기만 했습니다. 비판의식은 커녕 바깥 세계에 잘 맞추어 살아야 한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당시를 떠올릴 때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전라도 사람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말들입니다. 전라도가 고향인 사람은 예외없이 다 (어떠어떠하다)는 선입견들을 가지고 광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당시엔 “광주사태”라고 불렀습니다-을 설명하고 또 정부의 대응과 사회적 비난을 정당화 하는데 썼습니다. 모압 사람에 대한 유다인의 인식을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보아스는 룻이 이방 사람이라는 점에 묶이지 않고 그의 사람 됨됨이를 보았습니다. 나오미는 인생에 큰 파도가 들이닥쳤을 때 자기 집안의 안위만 우선적으로 고려한 남편을 따라 모압으로 이주했다가 그곳에서 남편과 아들을 다 보내는 아픔을 겪은 뒤 고향으로 다시 오는 어려운 결심을 했습니다. “그 때가 좋았는데…”하는 생각이 떠오르게 만드는 곳으로 다시 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보아스와 룻의 조합은 과거와 미래가 함께 녹아드는 결합입니다. 영광과 수치가 사라지고 새로운 출발로 변화되었습니다. 보아스에겐 부인이, 룻에겐 남편이 필요했는데 각자의 부족을 메꾼 것 뿐 아니라 하나의 미래가 되었습니다. 룻이 아들을 낳자 여자들이 나오미에게 하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이 아이는 당신에게 삶의 의미를 불어넣어 주었고 (15절)…” 나도 손녀를 받아 안았을 때 이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손녀가 태어남이 곧 나의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자각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런 면에서 룻기는 죽음의 이야기로 시작해 탄생의 이야기로 끝나는 생명의 복음을 담고 있습니다.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5월을 보내고 새 달을 맞으며 주님의 생명이 온 세상에 넘쳐 나는 것을 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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