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장 1-21절: 낮은 곳에 임하신 하나님

해설: 

예수께서 태어나실 즈음에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제국 내의 모든 국민에게 호적 등록을 하라는 칙령을 내립니다(1절). 더 많은 세금을 걷어 들이기 위한 일이었습니다. 호적 등록을 하려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가야 했으므로 요셉은 임신한 마리아를 데리고 갈릴리에 있던 나사렛에서 유다의 베들레헴까지 가야 했습니다. 그들이 그곳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 해산할 날이 이르렀는데, 여관에 방이 없어서 어느 집 헛간에서 해산을 하게 됩니다(7절). 태어난 아기는 짐승의 먹이통을 요람 삼아 누우셨습니다. 세상의 구주로 오신 분이 베들레헴이라는 이름 없는 마을의 어느 헛간에서 태어나 구유에 누우신 것입니다.

그날 밤에 들에서 양을 치고 있던 목자들에게 천사들이 나타나 “구주”(11절)가 나셨다는 소식을 전해 줍니다. 천사는 목자들에게 “너희는 한 갓난아이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것을 볼 터인데,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표징이다“(12절)라고 전합니다. “그리스도 주님”(11절)이 나셨는데, 그분이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표징이 포대기에 싸여 짐승 먹이통에 뉘어 있는 것이라니! 

그 때 갑자기 그 천사와 함께 “하늘 군대”(13절) 즉 많은 천사들이 나타나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것은 목자들의 눈에만 보인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천사들의 찬양은 예수님의 탄생의 의미를 잘 담아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나님께 영광”이요 “사람들에게는 평화”(14절)입니다. 그분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날 것이며, 그분은 평화의 길(1:79)을 여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천사들이 사라지자 목자들은 베들레헴으로 달려가서 요셉과 마리아와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찾아냅니다(16절). 그들은 요셉과 마리아에게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이야기를 전해 주었고, “마리아는 이 모든 말을 고이 간직하고, 마음 속에 곰곰이 되새겼습니다”(19절). 목자들은 그 모든 것을 확인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며 돌아갔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팔일째 되는 날에 예수님에게 할례를 행하고 예수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그것은 가브리엘 천사가 지시한 것입니다(21절).

묵상:

누가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전하면서 당시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로마 제국 내에서 ‘주'(Lord)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황제 뿐이었습니다. 황제를 주로 섬기는 사람에게는 로마 제국이 평화와 번영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로마 제국의 정복 이데올로기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는 또 다른 주가 태어났다고 말합니다(11절). 그리스도 즉 메시아가 오신 것입니다. 그분은 로마 황제가 약속한 것과는 다른, 참되고 영원한 평화를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온 우주와 모든 인류를 다스리시는 참된 주가 오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은 가장 비천한 사람들에게, 가장 비천한 방식으로 오셨습니다. 나사렛에 사는, 이름 없는, 가난한 부부의 몸을 통해 오셨고, 짐승의 먹이통을 요람으로 삼아 누우셨습니다. 가장 높으신 분이 가장 낮은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소식은 당시 가장 비천하게 여겨졌던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전해졌습니다. 당시 목자들은 오늘로 따지면 불법체류 노동자들입니다. 거친 돌산과 광야로 옮겨 다니면서 양들을 먹여야 했기 때문에 그들의 몸에서는 늘 땀냄새와 짐승 분뇨 냄새가 풍겼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목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습니다. 언제든지 사고치고 도망갈 수 있는 사람들로 의심 받았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은 낮은 곳으로, 어두운 곳으로, 가난한 곳으로, 냄새나고 지저분한 곳으로, 비천한 사람들 가운데 오셔서 구원의 역사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랬기에 그 복음은 나같은 사람에게도 전해졌습니다. 그 복음을 따라 우리도 낮은 곳으로, 희망 없는 곳으로, 냄새나고 더러운 곳으로 우리의 눈길을 돌립니다. 그곳에 주님의 눈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4 thoughts on “누가복음 2장 1-21절: 낮은 곳에 임하신 하나님

  1.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 오신 주님을 상상합니다, 베들레헴의 구유에 누으시어 평화로 오신 주님, 낮은 곳 , 냄새나는 오양간이지만 만민의 주님이기에 천한 것 높은 것 모두를 포용하시는 주님, 곧 그리스도 예수님의 탄생, 즉 나의 구원의 역사가 시작됨을 묵상하며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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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믿지 않는 사람이 이 말씀을 처음으로 읽는다면 (믿는 사람, 교회 다니는 사람은 이미 여러번 읽고 들었기에 오히려 간과할 수도 있으니)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 속에는 약한 자를 위한 복음이 들어 있다는 것부터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여관에 방이 없어 마구간에서 해산하게 되었다는 상황은 유다인의 정결법과 관련해 여관 주인이 금전적인 손익계산을 한 까닭이라는 의견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호적 등록을 하느라 인구 이동이 많은 장사 “특수” “대목” 때에 아기 낳는 손님을 받으면 여관으로서는 정결법에 따라 여러 규칙을 지켜야 하니까 방이 없다면서 마구간으로 밀어냈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경제 우선의 인간 계산법이 구세주의 탄생 마저도 좌지우지한 것 같지만 아기 예수의 탄생 소식이 양치기들에게 먼저 나타났다는 점은 우연하게 일어난 일로 보이지 않습니다. 사가랴와 마리아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처럼 천사는 목자들에게도 “두려워 마라”라며 말을 시작합니다. 구세주의 탄생은 하나님께 영광이요 사람들에게 평화가 되는 사건이라는 메시지입니다. 예수님의 스토리는 화려하거나 멋있지 않습니다. 웅장하지도 않고 신비롭지도 않습니다. “무시하기 딱 좋은” 사람들에게 천사가 나타나고, 사람 아닌 짐승이 쓰는 방과 먹이통이 메시야의 요람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파격이요 도전입니다. 깨끗하거나 귀한 것, 흠 없는 것, 중한 것의 기준이 하나님의 선택 앞에서는 무너져 버리는 것을 봅니다. 하나님의 은총이 내린 곳마다 금가루라도 떨어져 확실하게 구별이 된다면 목자들과 마구간은 온통 금으로 반짝거릴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은 이렇게 오셨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들지도 않을 누추한 곳에. 힘 없고 돈 없는 약한 사람들 사이에. 주님의 마음이 어디부터 생각하시는지 깨닫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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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하나님의 마음이 있는 그 곳에 나의 마음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눈길이 가는 곳에 나의 눈길이 가기를 기도합니다. 맞습니다. 천하고, 미숙하고, 어리석고, 부족한 저에게 예수 그리스도라는 왕중의 왕, 구원자가 내 삶의 주인이 되심에 감사를 드리고,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놀라운 은혜와 구원을 어떻게 형언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그 놀라우신 은혜에 힘입어,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케 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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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자주 세상이 추구하는 높은자리를 차지하려고 무의식중에 수고를 합니다. 겉 모양과 속 내용이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낮은자리를 찾는 영혼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스도를 찾고 영접하고
    세상이 이상히 여기는 구원의 소식을 이웃과함께 세상에 알리는 오늘이 되도록 도와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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